누가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말인지 모르지만, ‘인티앰프’라는 표현도 전환의 시점에 와있음을 느낀다. 분리형 앰프를 기준으로 한 수동적이고 파생적인 개념의 뉘앙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one body amp, two body amp, 이런 식의 선택적 개념이 되어야 온당해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프리-파워 앰프의 조합자체가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이 오디오파일의 과정인지, 아니면 소극적 오디오생활의 단면인지 확신이 안서지만 분명한 것은 소위 분리형 앰프와 인티앰프간 음질적 우열에 대해서는 격차가 미미한 시점에 와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제품들을 스쳐 보내는 과정에서 가지게 된 생각이지만, 이런 생각을 처음 갖게 한 앰프는 오디오 아날로그의 ‘마에스트로’였다. 헤아려보니 필자가 이 제품을 처음 시청했던 것이 벌써 10년 전이다. 당시에 이름도, 모양새도 낯설었던 이 앰프를 시큰둥하게 연결했다가 손을 놓지 못하고 며칠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인티앰프에 대한 커다란 인식의 전환이 시작된 제품이었다. 필자는 이번에 소개할 ‘마스터사운드’ 앰프를 시청하는 순간 오디오 아날로그를 접한 과거를 떠올렸다.
 
감상평을 요약하자면 이제 분리형, 통합형 이란 분류가 차이가 없음을 인정하라며 독촉을 받는 느낌이다. 필자가 이전부터 인티앰프와 프리-파워 앰프의 차이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트랜스와 845가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디자인
 
마스터사운드는 국내에선 아직 생경한 브랜드이다 보니 약간의 소개가 필요할 것이다. 마스터사운드는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1994년부터 제작을 시작한 업체로 현재 사장인 ‘로렌조 사나비오’의 부친이 설립했다. 설립자는 전기 엔지니어이자 음악애호가로서 출력트랜스포머 전문가로 유명했다고 한다. 양산체계를 갖추고 앰프제조사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CES를 통해서였으며 싱글 3극관을 사용한 모노블록 파워앰프를 주로 소개해 왔다. 비첸차는 오디오파일들에겐 익숙한 곳이 아닐까 싶다. 유명한 소너스 파베르가 있는 곳이며, 앰프메이커 파토스 또한 이곳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필자에게 시청의 충격을 안겨준 이 제품은 디자인마저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마스터사운드의 핵심을 적극 부각시킨 전원트랜스와 출력트랜스, 블랙바디와 은색 회색 플레이트들의 조화, 그리고 우뚝 솟은 845의 위용 등이 앰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을 꼽는다면 정면패널에 표기된 폰트를 지적하고 싶다. 2011년 시점에 어울리도록 좀 더 신경을 쓴다면 사운드나 디자인에 걸맞은 격조 높은 제품이 완성될 것 같다.

제품명에도 나와 있듯이 본 제품은 오디오파일, 특히 진공관애호가들에게는 RCA 송신관으로 잘 알려져 있는 845를 중심으로 한다. 관 자체가 갖는 시각적 매력이 뛰어난 제품이지만 원래의 용도, 그리고 설계자체가 까다로운 관계로 300B나 2A3 등에 비해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사용제품들이 많지 않았다. 유니슨 리서치를 필두로 한 일부 업체들이 본 관을 사용한 앰프들을 출시한 바 있다. 
 

845를 채널별로 2개씩 사용해서 개인적으로 가정용으로 최적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55와트의 출력을 내고 있다. 프리부에는 ECC82를, 드라이브에는 6SN7을 채널별로 하나씩 사용하고 있으며, 자사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핵심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트랜스들은 입력과 출력 공히 좌우 하나씩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 금속 플레이트를 수직으로 세워 출력관과의 간섭을 막은 푸짐한 트랜스들을 보게 된다면 제품의 무게가 52kg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자연스레 수긍하게 될 것이다. 
 

시청 전후 트랜스에 귀를 대고 들어보았는데 험을 느낄 수가 없이 매우 정숙했다. 파워스위치를 한참 찾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 카운터포인트처럼 전면 바닥에 있었다. 입력은 언밸런스만 4개를 두었고, 출력 바인딩포스트는 4Ω, 8Ω 2개를 두었다. 마치 멋을 한껏 낸 리조트 호텔처럼 디자인에 꽤나 공을 들인 4개 층의 플레이트는 기본적으로는 관의 보호역할을 완벽히 수행할 것으로 보이며, 아울러 열이 꽤 나는 본 앰프의 방열효과 또한 고려한 설계로 보인다. 수직 각도에 따라 앰프의 인상이 달라지는 재미 또한 선사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제작사가 전한 바에 따르면 본 제품은 3극관을 최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트랜스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뛰어난 구동력과 싱그러운 845의 음색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사운드를 통해 제작자의 심중을 읽을 수 있었다. 특유의 개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사운드 자체의 완성도에 충실한, 음악이 어떻게 들려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는 애호가에 의해 제작되었을 때 들을 수 있는 사운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실로 상급의 소리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낮은 레벨에서의 밸런스인데, 필자가 본 앰프의 구동력에 대해 처음으로 감탄한 부분이다. 작음 음량 속에서 서로 치고 받는 다이나믹스의 느낌은 정교한 미니어처를 연상케 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바칼로프의 《미사 탱고》 중 ‘글로리아’를 들어보면 낮은 레벨과 대역에서 기민하게 동작하는 팀파니의 울림과 남성역의 느낌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부분이 또렷한 존재감으로 들려오는 것은 드문 경우에 속한다. 이로 인해 무대 전체를 투명하게 조망할 수 있게 되어 선명한 스테이징을 감상케 한다. 음의 입자들도 가늘거나 두텁지 않고 일정한 표준을 유지하고 있다.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바하의 《B 단조 미사》에서는 적막한 배경을 펼쳐놓으면서도, 보컬의 음색에 윤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이 곡은 소위 ‘듣는 느낌’이 좋은 합창인데, 음악에 빠져들어 가게 해주는 일종의 마력 같은 음색이 있다. 전부터 845를 사용한 앰프에서 느낀 점이지만 신파조에 흐르지 않으면서도 듣는 이를 매혹시킨다는 점이 845만이 구현할 수 있는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음색을 즐기는 재미에 레핀과 아르헤리치의 《크로이처》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아르헤리치의 피아노가 발레리나의 발놀림을 연상시킬 듯이 다가왔다. 레핀의 바이올린은 유연하면서도 도드라지게 힘을 주었다 놓았다 하는 운행의 강약묘사가 이전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향상된 음색은 록넘버로 넘어가서도 그에 비례하는 괄목할만한 사운드를 만들어 주었다. 폴아웃 보이의 《Thanks for the Memories》를 들어보면 베이스드럼의 비트가 예상대로 포스가 있으면서도 끌리는 느낌 없이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어떤 조합에서는 스모선수의 다리를 연상케 하던 이 곡이 본 제품에서는 육상선수의 군살 없는 종아리를 느끼게 했다. 열기를 더해가는 본 곡에서는 시종 빈틈없는 스테이징과 다이나믹스가 살아 숨 쉬었다.

 

오디오의 재미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취미의 영역에서 정답을 두고 치르는 시험은 삭막한 결과만을 남길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조에 의해 기존질서가 대체되고 역전이 되기도 해야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전천후 인티앰프들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인티앰프는 머지않아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사운드 에볼루션 845는 제품 무게만큼이나 중량급의 위치에 있는 제품이다. 사운드의 완성도와 아름다움에 있어서 시청자를 매료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는 대형, 소형을 가리지 않고 나름의 장기들을 부각시켜 줄 것이라서 스피커 선택의 폭도 넓다. 진공관 솔리드 애호가를 막론하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