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은 본체에 뉴트릭(Neutrik) 입력 단자의 파워 코드가 딸려온다. 그리고출력, 아웃풋 콘센트는 2개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뉴트릭 형 출력 단자가 하나 더 있어 동사의 다른 멀티탭 제품, 예를 들어 멀티 웨이와 같은 제품을 통해 증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에 필자는 CD 플레이어와 프리앰프에 연결했는데, 자료를 보니 타이탄은파워 앰프 전용으로 콘센트 수를 줄이고용량을 늘린 제품이었다. 일부 전원장치를 파워 앰프에 사용하면 용량이 부족하거나, 왠지 힘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사용자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타이탄은 이런 필요를 충족시켜 준다. 23,000W의 용량으로 고출력 파워앰프용으로는 안성맞춤인 제품인데, 파워 앰프에 타이탄, 소스기기에 노바가아이소텍의 플래그십 모델 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동사의 제품은 수작업으로 영국에서제작되는 탓에 가격대는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높은 품질이 있기에 전원장치로는 가장 높은 평판을 얻고 있는 업체 중에 하나로, 하위 모델과 달리 극저온 처리를 도입했다. 기술적인 특징이라할 수 있는 폴라리스-X에 대한 내용은2007년 9월호에 월간 오디오 시청실에서 열린 시연회 진행 기사와 키스 마틴과의 인터뷰 기사에 실려 있기에 자세한 언급은 피하고, 이번에는 실제 사용에 어떤득과 실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하자. 

우선 가장 큰 변화이자, 가장먼저 느껴지는 것은, 맑아지고깔끔해진 소리와 배경이 시원해짐이 귀에 들어온다. 음상은 조금 작아진 듯하다. 소리의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의 혼탁함이 없어진 듯, 상쾌하게 퍼져나오면서 음상은 조금 작아진듯 들린다. 그래서 발음의 포지션이 정확히 맺혀지고, 무대의크기도 훨씬 커지는 듯하다. 필자가좋아하는무대의여백이잘그려진 동양화의 안개 낀 산수(山水)의 모습처럼 살아난다. 그리고 시스템이 가지는기본적인 음색의 변화 없이, 음의 미세조정이 이루어진다. 미니 서브를 소스에 연결했을 때에서도 그랬듯이 타이탄 역시이 같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아무래도파워 앰프용으로 제작되어서인지 힘의여유는 이쪽이 훨씬 좋다. 저역의 탄력과깊이감이 월등히 높아진다. 노년의 루빈스타인의 연주가 마치 한창 때의 타건처럼 힘 있게 울려 준다든지, 재즈에서 배경에 깔리는 콘트라베이스의 막힘없이 내려가는 소리는듣는 느낌이 다르다. 

배경이 깔끔하게 변화되면서 자주 발생하는 부작용인 거친 질감이 부드러워지는 해악은 없다. 오히려 현의 까칠한표현이 더욱 살아나는 것 같다. 슈퍼 듀오의‘Duo Di Basso’(Canyon)의 까실한 느낌이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시원하다. 현악을 연주하는 표정의 미묘한 변화가 더 선명해지면서 오히려 음량이 더 커진듯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청감상 재생대역이 더 넓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소리의 강약표현이 더욱 다이내믹하게 표현된다. 이같은 효과는 소규모 실내악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주고, 오르페우스 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브리튼의‘Simple Symphony’(DG)에서 크지 않은 규모의 연주임에도 의외로 스케일 있는 표현력을 만들어 준다. 필자의앰프가 더욱 강하게 스피커를 구동시켜주고, 더욱 빠르고 민감하게 신호에 반응하게 한다. 아마 독자들께서도 타이탄을 사용하게 된다면 앰프를 상위 모델로 업그레이드한듯한 기분을 느낄것이다.

보컬의 경우도 아주 좋은 결과를 나타낸다. 몇 년 전 동사의 하위 모델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유일한 불만 중에 하나인지나치게 유려해지면서 발생하는 거칠고 허스키한 느낌의 감소는 이번에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현악의 경우에서처럼 오히려 거칠고 허스키함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기분으로 타 제품과는 물론 하위 모델과도 다른 상급기로의 면모를 보여준다.

표현을 하다 보니 예상되는 약점 부분에서의 강점을 중심적으로 기술했지만,타이탄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강점은 역시 깔끔한 배경이 만드는 사운드 스테이지의 매력과 선명하고 다이내믹해진 음원이다. 몬티 알렉산더의‘CaribbeanCircle’(Chesky)을 들어보니, 퍼커션의화려함과 깔끔한 포지션이 압도적인 장점을 표현한다. 피아노의 투명함, 스피커사이의 저 뒤에서 울리는 드럼과 심벌의브러시 워크, 그리고 통통 튀는 퍼커션이 혼탁하게 섞이지 않는 금관악기의 현란함 사이로 모두 깔끔하게 정돈되어 울린다. 재생되는 음악과 재생되는 기기, 모든것이 완벽하게 조화되는 순간이다. 

최종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앞서 말했듯 이 전원장치를 사용하면서 소리 자체의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대신 오디오가 자기의 능력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발휘해 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필자가느낀 느낌 중에서 가장 비슷한 경험을 말하자면, 자동차를 몰 때 엔진오일을 최고급 합성유로 처음 갈아 보았을 때 느끼던기분이나 큰마음 먹고 바꾸어본 고가의타이어의 느낌이랄까. 액셀러레이터를밟고 속도를 올리면서 도로 위를 지나갈때 느끼는 정숙함과 그립감, 반응의 빠르기, 핸들을 돌릴 때의 이전과 다른 묘한차이 등. 옆에 앉은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하지만 운전하는 사람은 짜릿하게 다가오는 그런 느낌을 준다. 그냥 그 돈으로 차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운전자만이아는다른매력이다. 그런 매력을 타이탄은 가지고 있다. 파워 앰프에 깨끗한 연료를 주입하고, 마음껏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최고의 성능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금전적인 이유도 크지만, 사실 오디오를 하다 보면 유독 애착이 가는 앰프나스피커가 있다.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면물론 더하겠지만 기성품이라도 손때가묻고 정이 들어,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다가도 너무도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주는데 굳이 내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이는 아마 필자의 경우에 한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그럴 경우 오디오용 액세서리가 공략 대상이 될 듯하다.그 중에서도 전원장치는 가장 비싼 축이고, 그만큼 효과도 크다. 그리고 타이탄의 경우 파워 앰프가 가지는 특유의 기본적인 느낌에는 손을 대지 않아 좋다. 멀쩡한 충복을 내치기보다 오히려 이것을 상으로 달아주는것이 낫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