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외관, 그리고 돋보이는 해상력 오디오 입문시절 필자는 북셀프 스피커가 주는 매력에 빠져 한동안교환청취에 열을 올리곤 했었다. 작은 체적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인 소리를 뿜어내는 제품을 찾아내는 일은 오디오 취미를 더욱 흥미 있는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이켜 보면 아마도 어찌 그런 작은 몸집에서 청자를 압도할 수 있는 소리를 내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곧 관심과 흥미로 이어진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북셀프 스피커가 주는 매력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적어도 필자에게는 이러한 부분이 북셀프 스피커를 이른바 '意外의 美'를 지닌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NHT는 널리 알려진 미국의 중견 브랜드로, 한동안 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Super Zero의 개발사이기도 하다. 전작 Super Zero는 작은 스피커가 가지는 저역에서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역량을 보여주진 못했으나, 작은 크기와 가격을 고려했을 때 보여준 중고역의 투명함과 질감 및 전체적인 정위감은 당시 인상 깊은 것이었다. 이번에 필자가 맞대한 SB-2는 동사의전형적인 북셀프 스피커다. 특히 Super Audio 시리즈를 잇는 작은 체구는 물론이고, 밀폐형 인클로저와 특유의 피아노 광택 마감 처리 그리고 2 웨이로 구성된 네트워크 등 동사의 북셀프 제품이 가지는 면모를 충실히 따르고 있어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디자인 면에서 볼 때도 둥근 모서리 등 다소 변형된 부분은 있으나 기존의 골격을 대체로 이어받아 제품의 컨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은 채용된 유닛의 변화다. SB-2에 채용된 유닛은 상위기종인 SB-3/ ST-4와 동일한 25mm 알루미늄 돔 트위터와 165mm폴리프로필렌 우퍼다. 특히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는 동사의 플래그십 모델 3.3과 VT-3에 적용된 것을 개작한 것으로, 전작의 레퍼런스 급에 쓰이던 기술을 기본모델에 적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참고로, 업체에서 제공한 LMS측정치를 보면 22kHz까지 비교적 평탄한 응답을 보여주며, 자기 실드 처리되어 있어 홈시어터 시스템에서 사용하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또, 51Hz까지 응답하는 저역은 이미 상위버전인 SB-3와 ST-4에서 역량을 보여준 폴리프로필렌 우퍼가 담당하는 부분으로, 작은 방 정도를 울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제품의 기본적인 테스트를 위해 메리디안 506 CD플레이어와 스텔로 DA220 DA컨버터 그리고 심오디오 F3 프리앰프 및 스텔로 S200 파워 앰프를 듀얼 모노로 구성했다. 일단 제품의 가격에 비해서는 테스트용 시스템이 다소 오버 매칭인 듯 하나, 스피커의 제대로 된 성능을 가늠하는 데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으므로 그대로 진행했다. 먼저, 나윤선의 One Way에서 초반부에 흐르는 재즈 드럼과 퍼커션의 위치감 및 질감이 무리 없이 전해진다. 음악이 이어질수록 전형적인 스튜디오 재즈 녹음이 갖는 특징들이 그대로 묻어나는데, 각 악기와 보컬의 정확한 포커스와 배경의 깔끔함이 곡의 매력을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다소 인위적인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뛰어난 정위감은 지난 53호에 리얼했던 플로어스탠딩 타입의 ST-4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져 보였다. 특히 중심에 정확히 맺히는 보컬의 위치감은 동사의 전작이 가지는 그것을 뛰어넘었다. 베이스의 주법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중저역 해상력도 만족스럽다. 조지 벤슨 의 라이브 This Masquerade에서는 마이크에 붙어서 노래하는 듯이 가깝게 들리는 보컬의 리듬감 넘치는 스캣(Scat)과 기타의 어울림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해상력 있게 들린다. 퓨전 재즈 장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전자악기의 음색이 약간 거칠고, 중저역이 다소 얇은 느낌은 있으나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이외에 청취한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 솔로나 기타 다른 뉴에이지 장르의 음악에서도 수준급의 해상력과 정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본 제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홈시어터를 겨냥해 특화된 제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외형상으로도 벽에 매달아 사용하기 쉽도록 브래킷 고정용 나사 홈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작은 북셀프 모델임에도 덕트를 적용하지 않은 밀폐형 구조를 택한 점과 모든 유닛을 완전 방자로 구성한 점 등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소리의 성향도 전체적으로 멀티채널 구성에 알맞은 해상력과 정위감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어 사뭇 기대된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하이파이 기기로 사용하더라도 전체적인 음의 밸런스와 표현력에 문제가 없다. 특히 풍성한 저역을 원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정갈한 외관과 명료한 이미지에서 장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NHT의 제품 특성상 고출력 앰프와의 매칭어 서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