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기의 콘셉트는 스피커지만, 실은 4개의 기능이 총망라된, 일종의 종합 컴포넌트라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소스만 첨가하면 된다. 사용자 입장에선 하이 퀄러티를 일체의 귀차니즘 없이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우선 입력된 디지털 음성 신호를 처리하는 디지털 프로세서가 있고, 이것을 아날로그로 전환하는 DAC가 있다. 그리고 파워 앰프와 스피커가 각각 있다(실제로는 프리앰프도 있다!). 여기서 신호의 흐름을 보면, 입력단에 들어온 디지털 음성 신호가 디지털 필터링 과정을 거쳐 DAC로 가면 여기서 변환된 아날로그 신호가 파워 앰프로 간다. 그 파워 앰프가 패시브 필터를 거쳐 무빙 코일을 움직이면, 드라이버가 구동하는 식이다. 여기서 우퍼의 경우, 음색보다는 오히려 스피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채널당 400W의 클래스D Hypex 모듈을 전용 파워 앰프로 사용했다. 한편 미드레인지 및 트위터 용은 모두 50W 사양으로, 역시 음색이나 여러 면을 고려해 클래스AB로 설계된 점이 돋보인다. 아방가르드 특유의 무시무시한 해상력에 빠른 반응까지 더해, 과연 21세기형 제품이라 칭할 만하다. 상당히 주목할 만한 제품이라 하겠다.
아방가르드의 대표 홀게르 프로메 씨를 5번 정도 만났다. 그는 오디오파일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그는 유행을 쫓지 않는다. 선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파이 오디오가 지녀야 할 가치에 대해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기획한 제품이 바로 제로 1 프로이다. 사실 제품명을 붙인 것만 보아도 그의 센스를 알 수 있다. 디지털을 의미하는 0과 1이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면서도 오디오파일들이 음질만큼은 보수적 성향을 띤 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3웨이 구조의 제로 1 프로에 드라이버의 특성을 살려 고역과 중역엔 AB클래스 앰프를, 저역엔 D클래스 앰프를 사용했다. 그리고 제로 1 프로의 디자인은 참신하다. 하지만 제작에 무척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폴리우레탄으로 성형해 냈으며 어쿠스틱 특성까지도 고려했다. 1타 3피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스피커는 설치에 있어서도 무척 편하다는 것이다.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전원 케이블만 있으면 된다.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한가?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 여기에 가장 큰 설득력은 바로 합리적인 가격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제로 1 프로를 알게 된 지 1년 6개월이나 됐지만 정말 잘 디자인된 스피커라는 믿음엔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글:
이종학, 최성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