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W와 동일한 유닛 구성 저역의 양감은 늘어나다. 늦게 결혼한 필자에게는 이제야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가 있다. 어렸을 때는 엄마의 명령에 맹종하던 아이들이 머리가 커지면서 엄마의 명령에 이유를 대면서 항명(?)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필자의 아내는 '역시 피는 못 속여,다 에비를 닮아서 그렇지' 하면서 평소 불만이던 필자의 성격이나 습성을 비판하곤 한다. 이런 비판에 필자의 기분이 좋을 리 없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닌 듯하여 입을 다물곤 한다. 나쁜 면만을 닮은 아이들을 보면 역시 혈통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디오의 세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다인오디오의 스피커 시스템을 대할 때마다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이 브랜드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가품이라 해도 쉽사리 단점을 찾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고급기라 하더라도 특별히 화사하다거나 한 순간에 빠져드는 듯한 음은 아니고, 들을수록 맛을 알게 되는 그런 소리인 것이다. 다시 말해 크게 좋은 곳도 크게 나쁜 옷도 없는 그러한 분위기 말이다. 그러나 씹을수록 고기 맛이 좋아지는 것처럼 들을수록 특유의 품위를 느끼게 하는 은근함이야 말로 다인오디오의 혈통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시청한 바 있는 에비던스 템프테이션도 이러한 면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오디언스 62는 에비던스 템프테이션의 근처에도 가기 힘든(가격면에서) 제품이지만 그렇다고 가격만큼 음질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명가의 혈통다운 안정감과 유연함을 지닌 제품으로, 특별히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음색이 특징인데, 중역의 온도감과 고역의 매끈한 특성은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지난호에 시청한 42W와 동일한 유닛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클로저는 톨보이 타입으로 인클로저의 크기는 42W보다 큰 편이다. 따라서 저역의 양감은 물론, 음장의 넓이와 깊이감도 다소 향상되었고, 전주파수 대역에서의 밸런스도 뛰어난 편이다. 오케스트라의 투티에서도 당당한 표현력을 보여주며 스테이지감도 적당한 편이다. 악기들의 질감 표현도 훌륭한 편이고 목관들의 표정도 그럴 듯하다. 성악곡에서는 중년 여인의 여유로운 목소리처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재즈에서 베이스의 코드라인이 조금 더 선명했으면 싶은 아쉬움도 남지만 쿼텟의 리얼한 표정은 나무랄 곳이 별로 없는 듯하다. AV시스템의 메인용 스피커로도 적합하지만 음악 감상용으로 사용해도 별로 흠잡을 곳이 없을 듯하다.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도 눈여겨 볼 만한 제품이다. (나병욱) AV에서 설력을 발휘 충분한 에이징이 필요 오디언스 시리즈는 음악감상은 물론이고 AV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다인오디오의 특징이 그렇듯 오디언스 62도 우퍼의 구경은 17Cm에 불과하지만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이 75mm에 달하여 중저음의 양감도 부족하지 않고 또한 질감도 뛰어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섬세함과 유연함이 충분히 발휘되려면 상당시간의 에이징이 필요할 듯 하다. 시청을 위한 시스템에는 오디오 리서치의 원브랜드로 통일하여 SP16 프리앰프와 VS55 파워앰프 및, CD3 CD플레이어 등을 동원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안단테를 들어보면 현악기군의 유려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선율을 따라 노래하는 피아노의 어택음 또한 영롱하기 그지없이 표현되었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에서는 뻗침이 좋은 맑고 고운 파바로티의 성질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제2번에서는 보잉에 묻어나는 끈적한 질감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선이 굵은 듯하면서도 치밀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제5악장 역시 음장이 두텁고 풍부하며 명쾌하다. 어둠이 깔린 분위기라기 보다 전체적으로 관현악기들의 음상을 밝게 들려주었다. 그러나 신품 스피커인 만큼 더 깊고 몽롱하게 빠져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는 다인오디오의 음색 미학이 기다림에 있는 까닭이다. (박용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