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편견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예를 들어 진공관 앰프는 반응이 느린 대신 온기가 있을 것이다, 무겁고 방열판이 많은 파워앰프는 출력이 높고 구동력이 좋을 것이다, 스피커 배플이 좁으면 음의 회절이 적을 것이다, 밀폐형 스피커는 앰프 밥을 꽤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 금속재질의 콘에서는 차가운 음색과 빠른 제어력을 기대할 수 있다 등등 말이죠. 혼 스피커도 예외는 아닙니다. 거대한 혼은 감도는 높고 펀치감은 셀 것지만 분명 혼 재질에 따라 착색이 있고 섬세함도 떨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사실 지난해 들어본 한 혼 스피커는 혼 재질이 나무였는데 역시나 편견이 맞았습니다. 남들은 소리 좋다고 그러는데, 제 귀에는 이 스피커가 또다른 목관악기처럼 울리는 것 같아 듣기에 몹시 불편했습니다. 

청음환경은 이랬습니다. 

프리앰프는 증폭관으로 5687을 쓰는 메타뮤직사운드의 플래티넘 T1(밸런스, 언밸런스 버전 2종)과 아방가르드 XA 프리앰프, 파워앰프는 7W까지 클래스A 방식으로 구동되는 출력 150W짜리 아방가르드 XA 파워앰프를 물렸습니다.  

저역대와의 밸런스는 남성중창단 녹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로스 산토 도밍고 베네딕트 수도원 합창단이 불러 1973년 녹음된 ‘그레고리안 성가’(1993 EMI) 앨범입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두터우면서도 따사로운 중저역이 청음실을 꽉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이럴 때 ‘실키’(silky)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겠죠. 성당의 반사음까지 들리는 듯해 현장감은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도 몇 곡 들었습니다. 먼저 샤를 뮌슈가 지휘하고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1959 RCA)입니다. 비현실적인 혼의 자태 때문인지 마치 엄숙한 교회 현장에서 듣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또한 청음시 제 귀 높이가 듀오 G2의 미드레인지 혼보다 낮은 위치였는데도 오케스트라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입니다. 오르간으로 대표되는 저역이 워낙 밑에 착 깔린 덕이겠죠. 왜 아방가르드가 서브우퍼를 액티브로 구동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아방가르드가 핀포인트로 즐기는 스피커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페터 막 지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의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교향곡(1960 Decca)에서는 스피커의 다이나믹스가 이 정도는 돼야 하는구나, 무릎을 쳤습니다. 작고 미세한 소리에서는 적막감 때문에 오히려 배가 부른 느낌이고, 트럼펫이 박력있게 주제선율을 연주하는 대목에서는 통쾌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앰프로 구동되는 서브우퍼의 기본체력이 뛰어나 허둥지둥대는 느낌이 없습니다. 투티 부분에서도 전혀 소란스럽지가 않습니다. 이슈트반 케르테츠 지휘, 빈필 연주의 ‘신세계 교향곡’(1961 Decca)에서는 온 몸을 향해 쏟아져나오는 섬세하고 장쾌한 다이나믹스에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에이비슨 앙상블이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2009 Linn 24비트 192kHz)나 두네딘 콘소트가 연주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2012 Linn 24비트 192kHz)에서는 화사한 음 하나하나가 스튜디오에 옹기종기 모여 선명하고 활기있게 그리고 또렷하게 들립니다. 무대는 아까 스코틀랜드 교향곡 때보다 훨씬 작아졌지만 무대의 입체감은 더 도드라졌습니다. 서브우퍼의 배음 재생능력이 출중해서 그런지, 웅장하면서도 음 가닥들이 정리정돈이 잘 된 그런 느낌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듀오 G2를 들어보며 작정하고 체크하려 했던 것은 이 스피커가 각 악기의 음색을 얼마나 잘 살려주는지 여부였습니다. 혹시, 혼 크기와 재질로 인해 교묘한 착색이 끼어들지는 않을지 우려가 컸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트 블레이키의 1954년 버드랜드 실황 녹음인 ‘Split Kick’을 들으며 이런 우려는 단박에 사라졌습니다. 9분45초짜리 이 트랙에서 트럼펫(클리포드 브라운), 알토 색소폰(루 도날드슨), 피아노(호레이스 실버), 드럼(아트 블레이키), 베이스(컬리 러셀)는 그야말로 ‘음색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옛 녹음에다 마이크 위치가 잘못된 탓인지 무대는 가운데로 뭉쳐있지만, 각 악기의 질감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자유분방하게 불어제끼는 트럼펫 사운드는 귀에 착착 감겼고, 색소폰은 보드랍되 어른스러운 악기 특유의 텍스처를 잘 내보였으며, 피아노는 재즈 특유의 업비트 리듬감을 선사하며 신명나는 임프로비제이션을 선사했습니다. 압권은 역시 아트 블레이키의 드럼 솔로입니다. 그가 신나서 두들겨대는 드럼이 실물크기로 나타나는데 아주 환장할 뻔했습니다. 듀오 G2가 간만에 저를 재즈클럽에 데려다줬습니다. 

자주 듣는 박주원의 기타앨범 ‘캡틴’(2013)에서 ‘승리의 티키타카’를 골랐습니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그가 이번 앨범을 위해 손가락 힘을 키웠구나 싶을 정도로 강력하게 그어대는 6현 기타줄로부터 음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옵니다. 기타줄이 아마 몇 번 끊어졌을 겁니다. 스피드와 파워, 어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긋나긋한 대목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영롱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피레스, 뒤메이, 지안왕의 브람스 피아노 3중주 1번(1996 DG)에서도 각 악기 자체를 담대하게 그리고 술술 뿌려주는 듀오 G2의 실력이 상급입니다. 특히 피아노에서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일종의 격조까지 느껴집니다.  에밀리 바커의 ‘Dear River’(2013 Linn 24비트 96kHz)는 MSG가 전혀 없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저쪽에서 이쪽으로 ‘그냥’ 들립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그녀가 직접 노래를 불러줍니다. 이미 오디오의 존재는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