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Converter] AURALiC / AURALiC VEGA 월간오디오  2013.5

2013년, 이 브랜드를 주목해야 하는 절대적 이유

글: 신우진
 
 PC 오디오 요즘 참 많이 듣는 것 같다. 쉽고 편하고, 그래서 몇 달을 조몰락거리니 소리도 이젠 많이 좋아졌다. PC를 켜는 것 반도 안 되게 LP를 돌리는 것 같고, 그것의 반도 안 되게 CD를 듣는 것 같다. 참, 순식간에 빠르게 파이를 키워가는 소스이다.

그런데 아직 나는 DAC를 정착하지 못하였다. 후배가 빌려준 스튜디오장비를 쓰고 있다. 요즘 우리집에는 최근 많이 나오는 저가 DAC도 수없이 들어 보았고, 정말 좋았던 고가 장비도 제법 많이 들락거렸다. 많이 경험했고, 많이 듣고 어설프게나마 많이 안다고 생각했더니 도통 결정할 수가 없다. 망설이는 순간 더 좋은 제품이 쏟아지는, 정말 무섭게 변하는 시장이 DAC 시장이다. 현재 스펙으로는 DSD 재생이 되느냐의 기준으로 나뉘는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오라릭은 DSD DoP가 적용된 방식. 신생 업체라는 핸디캡 때문인지, 물량은 엄청나게 투입되었다. 스위스 아크웨이의 프로세서, 펨토 마스터 클록, 오르페오 아날로그 출력 모듈의 사진을 클로즈업한 광고 사진에서 보듯, 알맹이가 꽉찬 구성이다.

애플의 오디르바나, 퓨어 뮤직, 윈도우의 푸바, J 리버와 J 플레이 추가, HQ 플레이어까지 각 프로그램의 설정 방법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PC와 연결이 아주 깔끔하게 된다. 하나하나 설치 과정이 친절하면서 꼼꼼하게 안내되어 마치 PC 소프트웨어의 설치처럼 깔끔하고, 출시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벌써 동봉된 CD와는 다른 새로운 버전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보아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충실한 것 같다. 콧대 높은 하이엔드 업체들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이 같은 모습은 이 제품의 신뢰를 더해준다. 범용성, 편의성, 스펙 등의 모든 면에서 첫 인상이 아주 좋다. 은색의 깔끔함과 검은 아크릴판의 대조, 그 위의 깔끔한 노란색 글자로 표시되는 모습까지….

연결하자마자 높은 해상도에 놀란다. 100-200만원대 DAC와 확실하게 차별화가 된다. 음의 특성은 에지가 선명한 타입. 대역폭도 넓고 시원시원하다.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면서 상상 외의 넓은 무대를 가지고 있다. 분리도도 깔끔하고 좌우의 무대 폭이 매우 넓다. 스피커 밖에서, 벽 너머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현실화된다. 탱글탱글한 탄성을 가진 음색과 특히 저음역의 다이내믹은 놀랄 만하다. 초 저역의 그르렁거리는 배음과 함께 매우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이런면에서 더 바랄 나위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도저히 예상치 못했던 실력이 나와 준다.

이전까지 24/192 DAC로 DSD 파일을 돌려 보면 해상도는 높지만 우선 음량이 적게 나오고, 저음역의 양감이 허전하다. 두께가 WAV나 FLAC 파일들보다 너무 가는 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퀄라이징을 해서 들었었다. 오라릭 베가, DSD의 진면목을 들려준다. 재즈 삼바(Verve)에서 질베르토의 보컬의 호흡이 목에 걸리는 소리, 스탄 게츠의 색소폰에서 침이 튀는 듯한 소리, 내 스피커에서 처음 나오는 소리이다. 칼같은 해상도. 게다가 무대의 폭도 깊이도 한층 더 무척이나 넓고 깊어진다.

그렇다고 16/44 CD 리핑 파일들이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해상도 높은 기기가 거의 그렇듯 녹음은 좀 타지만 확실히 차별화되는 특성이 있다. 음악 파일의 사양이 높아질수록 더 좋아진다는 것이지 다른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라릭 베가, 국내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이 제품, 분명 극강의 실력기이기는 하다. 그럼 이 기계가 브랜드 네임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제품인가? 분명 하이엔드 메이커의 DAC를 무안하게 만들 실력은 있지만 감성적인 측면은 아쉽기도 하다. 현의 촉촉한 느낌, 애잔한 감성적인 표현 등 숫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면에서는 하이엔드 DAC의 반열에는 들지 못한다. 전에 한 DAC에서 경험한 요한나 마르치의 그 가슴을 에는 표현력은 오라릭 베가에서는 설득력이 조금은 약하다. 아날로그 단에도 많은 투자를 하였음에도 아쉽게도 물리적 특성과 감성적 특성의 최적점, 골디락스를 찾지 못한 듯싶다. 나만의 비약인지 모르지만 어쩌면 오라릭도 이점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메뉴 4번 필터에 6가지나 되는 세팅을 마련하여 놓고 환경에 맞는 설정을 하라고 한 것이 아닐까? 마치 설렁탕집의 소금 그릇처럼 말이다.

소릿결이 좀 실키하고 고급스러우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생길 때, 나는 지금 얼마짜리 DAC를 듣고 있는 것인지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천만원대 DAC라면 당연 불만 사항이겠지만 이것은 그 절반도 안 되는 400만원대의 DAC이다. DSD 재생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격일지도 모른다. 지금 오라릭이 들려주는 소리는 자신의 가치 그 이상을 해 내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은 나의 불만도 너무 좋은 실력 탓에 몇 배 가격의 오디오와 경쟁을 시키게 만드는 것인 듯하다.

마치 극동의 자동차 메이커가 만든 3000만원대 자동차가 유럽산 억대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퍼포먼스나 편의성 내구성을 가진 것과 비슷하다. 차이는 드라이빙 감성. 하지만 자동차는 휠, 타이어, 튜닝 등 업그레이드해도 분명 한계는 있다. 하지만 오디오는 다르다. DAC는 오디오의 소스 중 일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다. 그 차이로 다른 주력 기기, 웬만한 하이엔드가 아니면 앰프나 스피커를 한 그레이드 높일 가격 차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들은 분명 긴장 해야만 한다. 거의 차이 없는 제품이 훨씬 더 착한가격에,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제품이 이미 이렇게 나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된다.

정말 오랜만에 가격을 뛰어 넘는 실력을 가진 오디오를 만나 보았다. 마치 잘 드는 칼 한 자루를 무사에게 던져 준 것 같다. 비록 이게 전설의 명검은 아니지만 쓰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상대를 제압하기는 충분하다. 오랜만에 리뷰하는 평론가적 입장이 아니라, 오디오 마니아로 전투욕이 생긴다.
2013.05 Auralic Vega.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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