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혼인가?
해외에선 여러 대학교와 오디오 엔지니어 그리고 메이커가 교류하며 새로운 기술적 연구를 통해 혁신을 이루어내곤 한다. 예를 들어 독일 아헨 대학교 안젤름 괴르츠 박사는
"Digital Filters for the Prevention of Acoustic Feedback in Public Address Systems"라는 박사 논문을 발표하며 음향 관련 기술 부문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그는 음향 측정 프로그램 ‘Monkey Forest’를 개발해 배포, 여러 스피커 메이커들이 이를 사용하게 되면서 많은 진보를 이끌었다. 독일에 소재한 음향 및 청각 기술 연구소 ‘IFAA’ 회원인 그는 독일의 음향 관련 연구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가 한때 혼 스피커에 대해 측정을 통해 밝혀낸 특성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교보재는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UNO XD라는 모델에 관한 것으로 주로 혼에 관한 것이다. 그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혼을 사용했을 때 보편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한 박스형 스피커에 비해 무려 8배 더 높은 동적 대역폭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반대로 왜곡은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디테일 측면에서 무려 10배에 달하는 증장이 가능하다는 사실까지 혼에 대한 측정 결과는 놀라웠고 오히려 재생 음으로 확인해왔던 것 이상이었다.
사실 혼 스피커는 역사적으로 여러 메이커가 만들어왔다. 웨스턴 일렉트릭 시절부터 이후 알텍, JBL, 클립쉬 등 대표적인 메이커만 열거해도 손가락이 모자라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혼 스피커의 숫자는 드라마틱하게 적어졌다. 커다란 크기의 혼을 갈수록 작아지는 주거 환경에서 즐기기 힘들어졌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갈수록 작은 사이즈에 광대역에 높은 다이내믹레인지를 구사해냈다. 게다가 혼은 거리에 따라 음압 감쇄율이 적어 멀리까지 소리를 보낼 수 있지만 그만큼 귀가 피곤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과거 풍부한 자원과 발굴이 이루어지던 황금기, 뛰어난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등 양질의 재료로 빚은 혼이 지금도 현역기로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사용되곤 하지만 극장용 설계가 대부분이어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튜닝이나 멀티앰핑 등 올바른 셋업 자체가 무척 힘들다.
혼의 새로운 세계 – UNO XD Fino
혼에 대한 이런 편견은 단지 편견이 아니었다. 혁신적인 기술 진보 없이는 대중적인 승산이 없어 많은 하이파이,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는 작은 혼 타입 개구부를 만들어 트위터에 응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혁신을 통해 혼의 장점을 살리되 현대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마음껏 혼의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스피커가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스피커다. 과거 앞으로 길쭉하게 입을 내민 혼이 아니며 180도로 방사되는 넓은 방사폭 그리고 짧은 전/후 길이를 통해 훨씬 더 넓은 공간에 걸쳐 매우 부드러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젠 집채만 한 혼 스피커를 들이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가정환경에서 혼 사운드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UNO XD Fino 덕분이다.
UNO XD Fino 에디션은 UNO XD의 Fino 버전으로 기존 UNO 스피커의 용적을 줄이되 음질적인 부분은 최대한 그대로 가져가자는 목표로 제작된 스피커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해 혼 스피커의 대중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UNO XD Fino는 여타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스피커들처럼 혼을 사용하는데 컴프레션 로딩 방식이 아니다. 매우 높은 능률을 가지고 매우 빠르게 직선적으로 방사하는 패터의 컴프레션을 버리고 독자적인 드라이브 유닛을 내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스페리컬 혼을 사용해 무려 107dB의 고능률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스페리컬 혼은 짧지만 넓은 개구부를 가지고 있으며 90도가 아니라 180도에 이르는 매우 넓은 방사각을 가진다. 참고로 스페리컬 혼은 금속이나 목제가 아닌 고강도 ABS 수지를 사용하며 2500톤에 달하는 압력을 가해 정교하게 사출 성형해낸 것이다.
각 드라이브 유닛의 마그넷은 페라이트를 사용하고 오메가 보이스 코일 기술을 적용해 출력이 작고 힘이 약간 앰프로 매칭해도 매우 수월한 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모습이다. 제동력은 450% 증가하면 스피커 케이블의 길이에 의한 음질적 왜곡은 80% 이하로 줄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방사 특성 제어 시스템인 CDC (Controlled Dispersion Characteristic) 기술 및 CPC 크로스오버 기술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최대한 심플하게 설계, 소리의 순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음색을 살려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Simple is Best’, ‘Less is More’ 설계 철학이 녹아 들어있다.
전체 유닛 구성은 10인치 우퍼 한 발 그리고 5인치 미드레인지와 1인치 트위터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저역은 바닥에 포트를 마련한 저음 반사형 시스템이며 중역과 고역 유닛 전방에 스페리컬 혼을 각각 달아놓고 있다. 중역엔 무려 20인치 혼 그리고 트위터엔 직경 5인치 구경의 스페리컬 혼을 전방을 향해 장착한 모습이다. 아방가르드 스피커 중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스피커지만 일반적인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중형급 크기로 높이가 1255mm, 좌우 넓이가 500mm에 이르며 깊이가 590mm 정도다. 무개는 개당 74kg. 그러나 기존에 리뷰했던 Trio Classico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작아 보인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UNO XD Fino의 재생 주파수 대역은 30Hz에서 20kHz에 이른다. 이중 우퍼가 30Hz에서 350Hz까지 재생하고 상위 유닛이 290Hz에서 20kHz까지 재생하도록 설계한 모습이다. 임피던스는 무려 18옴, 보편적인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4옴에서 최대 8옴을 넘지 않는 걸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임피던스며 107dB 라는 고능률은 사실 10와트짜리 300B를 매칭해도 어렵지 않게 구동이 가능한 스피커다. 게다가 UNO XD Fino의 저역은 사실 액티브 방식으로 500와트급 D클래스 앰프를 별도로 내장시켰고 내부에 10밴드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를 내장해놓고 있다. 다만 이런 구성 때문에 스피커엔 스피커 케이블 외에 추가로 파워케이블이 더 필요하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중, 고역에 매킨토시 MA9000을 매칭했고 소스 기기로는 웨이버사 시스템즈 Wcore/Wrouter 및 마이트너 MA1 V2 DAC를 활용했다.
Jane Monheit - Over the rainbow
Taking a Chance on Love
여타 혼 스피커가 그렇듯 음상은 조금 크게 맺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제인 몬하잇의 ‘Over the rainbow’ 같은 곡을 들어보면 마치 미드레인지 혼의 형상을 연상시키는 맑고 풍성한 보컬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듯 눈앞에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음상의 위치는 매우 또렷하고 흔들림 없이 정밀한 포커싱을 보여준다. 과거 일부 혼 스피커의 평면적이고 빅마우스 투성이의 공격적인 혼 사운드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커다란 다이내믹스 표현과 고능률 스피커에서 유유히 흘러나오는 보컬 사운드는 단지 귀가 아닌 몸으로 전해져오며 공간을 적신다.
Ray Brown, Monty Alexander, Russell Malone - Fly me to the moon
전체적으로 매우 싱그럽고 생생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저능률로 압축해 다듬은 소리가 아니라 본래 음원 정보를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놓아 풍부한 배음을 만들어내며 그것은 커다란 울림으로 전해온다. 예를 들어 ‘Fly me to the moon’을 들어보면 몬티 알렉산더의 피아노는 예쁘게 치장한 가공미가 아니라 현장 그대로의 생동감을 통해 현장의 앰비언스를 리스닝 룸 안으로 그대로 끌고 들어온다. 확실히 혼 스피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여유와 낭만적 정취가 가득하다. 레이 브라운의 더블 베이스는 힘차고 우렁차며 러셀 말론의 기타는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듯 모든 소리들은 막힘이 없고 꾸밈이 없다.
아마도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에 매력적인 혼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은 과거 혼 전성기 시절 JBL이나 알텍 같은 스피커를 구입해 튜닝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극장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개발된 모델은 가정에서 너무 직선적이고 가열찬 사운드로 귀를 괴롭힌다. 여기서 멀티앰프 및 크로스오버 쪽 튜닝까지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아방가르드 UNO XD Fino는 위상이나 대역별 위화감 없이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혼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 빈티지 혼 스피커 튜닝에 지쳐 아방가르드 혼으로 오는 애호가들도 있는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ric Clapton - Layla
unplugged
UNO XD Fino로 에릭 클랩튼의 ‘Layla’를 들어보면 대단히 생생한 라이브 사운드가 더욱더 싱싱하게 전해온다. 뭔가 억지로 쥐어짜는 버릇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소리를 공간에 꽉 차게 풀어낸다. 언플러그드 녹음 버전에서 전체 공간 안에 위치한 스테이지가 마치 그 녹음 현장에서 보는 듯 실사이즈로 펼쳐진다.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처럼 칼로 자른 듯한 모습보단 오히려 공연장의 그것을 직접 보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장음을 오래 자주 즐겨온 사람들에겐 혼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Kyung Wha Chung, Charles Dutoit - Danse Macabre
사실 UNO XD Fino는 저역이 액티브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앰프는 중, 고역만 드라이빙하면 끝이다. 게다가 고능률에 임피던스가 높아 300B나 845만 해도 충분히 제동이 가능하며 오히려 저출력의 고음질 앰프가 더 나을 수 있다. 매킨토시와 매칭에선 차고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정경화가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죽음의 무도’를 들어보면 맑고 유연한 음결을 가지고 있지만, 대출력의 힘을 얻어 커다란 스케일과 다이내믹스를 피로한다. 고역에서 저역까지 롤 오프 없이 끈질기게 밀어붙이며 세밀한 다이내믹 컨트라스트를 보여준다.
총평
UNO XD Fino 에디션은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라인업 중 ZERO 시리즈 바로 상위 UNO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작은 모델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실제 일반 가정에서 절대 제대로 재생하지 못할 저역을 가진 상위 모델보다 오히려 감당 못할 저역은 약간 양보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더불어 사이즈를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출시한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두 손 들어 환영할만하다. 실제로 베이스 혼을 따로 구성해야 하는 상위 기기보다 저역 규모는 작아도 텐션이나 스피드는 더 높아 일반 가정에선 운용상 이점이 많다. 더불어 저역 제동을 위해 대출력 트랜지스터가 필요 없는 액티브 타입 우퍼는 저역 재생에 대한 고민을 날려버린다.
기존에 UNO나 DUO 더 나아가 TRIO 라인업을 들어보았으나 공간의 한계 때문에 망설였다면 UNO XD Fino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보편적인 플로어스탠딩에 비하면 넓은 공간을 요구하며 가격도 싸지 않다. 그러나 UNO XD Fino를 테스트하는 내내 필자 또한 고능률 스피커에 저출력 3극 진공관 앰프로 시스템을 꾸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정도로 매력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UNO XD Fino는 상위급에서 담고 있는 아방가르드 사운드의 정수를 거의 모두 함축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UNO XD Fino는 유사한 가격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채용한 하이엔드 스피커들 사이에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글:
코난
